‘섬유도시’ 부활하나… 대구시·섬유업계 관계개선 분위기

입력 2024-11-21 01:14

민선8기 들어 냉기가 감돌던 대구시와 지역 섬유업계 관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다.

20일 시와 지역 섬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35회 대구컬렉션 개막식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축사에서 “글로벌화된 ‘K-컬처’ 바람이 불면서 대구가 ‘K-패션문화’를 주도할 기회를 맞고 있다”며 “우리는 섬유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 대구컬렉션을 시작으로 패션산업 부흥을 일으키도록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 취임 후 시와 섬유업계 관계는 소원했다. 섬유산업 몰락 이후 대체산업을 찾지 못해 대구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홍 시장의 생각이다. 해묵은 계파 갈등, 과도한 의혹 제기로 인한 분란 등 섬유업계 내부 문제가 자주 도마에 오른 것도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었다. 홍 시장의 섬유업계 동반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이 무산된 일 역시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컬렉션 이후 지역 섬유업계는 시와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역 단체들도 화해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지부,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노조 등 지역 12개 공공기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대구경북민주공공노동조합 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컬렉션에서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구는 ‘섬유도시’로 불릴 만큼 섬유산업이 꽃을 피운 지역이었다. 30여년 전만 해도 섬유산업은 핵심 산업으로 대접받았다. 섬유산업 종사자만 30만~4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리고 외환위기 등 해외 시장이 위축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섬유를 살리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 등의 노력도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장기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이사회가 연구원을 해산하려는 것도 지역 섬유산업 몰락, 지역 섬유업계 분위기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시와의 관계 개선이 침체된 지역 섬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