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해외여행을 자유화했던 때는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일본은 선진국으로 도약했지만 관광 면에서는 졸부 티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악명 높은 성매매 관광(섹스관광)을 선보인 것이다. 주 타깃은 대만이었다. 하지만 72년 일본이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대만-일본 항공로가 일시적으로 끊기자 관광객들이 발길을 한국으로 돌렸다. 한국 사회의 치부나 다름없는 기생관광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한·일의 양식있는 인사들이 일본인의 관광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73년 12월 25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 여성 20여명이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기생관광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83년 서울 부산 경주 제주를 대상으로 한 ‘기생관광 실태조사보고서’를 펴내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관광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각성, 한국의 경제 발전 등으로 90년대 이후 기생관광은 서서히 사라졌다.
2003년 9월 중국 광둥성 내 경제특구 주하이에서 일본 회사 직원 300여명의 집단 성매매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인의 많은 공분을 자아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대국 일본의 퇴폐적 관광문화가 정점을 찍은 사건이었다. 21세기 들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은 과거와 180도 다른 상황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일본 여성 80여명이 올 초 서울, 경기 일대에서 조직적 성매매를 하다 처음 적발됐다. 원화가 엔화보다 강세인 점을 노리고 한국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 하러 온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빈곤층이 증가하면서 중국인 등 외국 남성들이 도쿄로 몰려와 성매매를 한다. 가난해진 일본은 ‘성 관광’의 성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보복 심리로 고소해 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져 국력이 쇠잔해지면 나타나는 결과에 뒷덜미가 서늘해지기도 한다. 원화 하락 추세가 심상찮은 한국도 남의 일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