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이레서원이 야심차게 시작한 ‘한국성경주석(신약) 시리즈’가 있다. 국내 복음주의권의 저명한 신약학자를 중심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한국 성경학자가 한국말로 집필한 주석이다. 이미 ‘마태복음’과 ‘골로새서·빌레몬서’가 출판됐고 이번 ‘요한복음’ 주석은 신약학자인 조병수 박사(전 합동신학대학원대 총장)가 썼다. 평생 학문 여정을 마무리하는 역작(力作)이다. 1390쪽으로 압도적 분량이다. 균형 잡힌 주석을 위해 상당한 학문적 논의를 담았다.
전통적으로 요한복음 구조를 논할 때는 이중 구조로 설명한다. ‘표적’이 나오는 전반부(1~12장)를 ‘표적의 책’이라 부르고 후반부(13~20장)를 ‘수난과 영광의 책’이라 부르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몇몇 학자의 견해에 따라 요한복음에 세 번 언급된 유월절 타임라인을 따라 삼중 구조로 이해한다.(요 2:13, 6:4, 11:55) 달리 말해 저자는 세 번의 유월절 언급 본문을 중심으로 시간 흐름과 장소의 변화에 따라 예수님의 활동을 내러티브적으로 연결해 주석한다.
주석 본체는 단락에 관한 저자의 ‘원문 번역’과 ‘본문 이해 터 닦기’(문맥·주제·배경·비교·구조), 각 절 ‘주해’와 ‘메시지와 적용’ 순으로 이뤄진다. ‘심층 연구’ 항목에서는 ‘인자·사람의 아들’ ‘요한복음의 성취 인용’ ‘예수님이 사랑하신 제자’ ‘십자가 부활일 성령님 수여와 오순절 성령님 강림’ ‘요한복음의 21장의 성격’ ‘큰 물고기 153마리’를 주제로 다룬다.
요한복음에 관한 영미와 독일어권의 주석과 논문을 섭렵한 모양새이지만 새로운 학설과의 논쟁은 될 수 있는 한 지양한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본문을 읽고 주석한다. 과도한 주장은 없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며 경건한 주석이다.
일례로 저자는 가나 혼인 잔치의 표적 기사를 이렇게 주석한다. “‘물로 상징되던 옛 질서가 포도주로 상징되는 새 질서에 의해서 극복됐다’는 상징적 해석은 옳지 않다…오히려 본문이 분명하게 밝히듯 예수님의 영광과 제자들의 믿음이 주제다. 결혼 잔치에 드러나는 인간의 비참함과 표적을 나타낸 예수님의 영광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학문성과 경건성을 균형 있게 함께 담아낸 수작이다. 정갈하고 담백하게 책을 만들어낸 출판사 편집자의 수고가 돋보이는 것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