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나무재선충 방제, 불가능은 없다

입력 2024-11-21 00:32

산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면서 가을이 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늦은 단풍이 됐다. 여기에 소나무도 붉게 물들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이다. 방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개충이 우화하지 않는 10월부터 감염목을 제거하기 때문에 지난 4월부터 갈변된 소나무가 가장 많이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처음 발생해 2015년 가장 많은 218만 그루가 감염됐다. 지난해 107만 그루에서 올해는 90만 그루로 감소했으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전국 약 15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했지만 경북 포항·경주·안동·구미,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기도 양평 등 7개 지역의 피해가 전국 피해의 58%를 차지한다. 나머지 지역은 피해 정도가 경미하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27.5%를 차지하는 소나무는 우리 기후 풍토에 잘 맞아 오랫동안 우리 땅에서 자라온 나무다. 소나무류는 연간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한다. 국민 1인당 137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산림청은 소나무를 위협하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헬기-드론-지상으로 이어지는 3중 예찰을 통해 감염목을 빠르게 찾아내고 고사목의 좌표를 지자체에 제공해 초기 확산을 막고 있다. 발견된 모든 감염의심목은 QR코드를 부착해 진단·방제에 이를 때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진단 기술을 고도화해 감염 진단 시간을 기존 3일에서 3시간으로 대폭 단축해 재선충병 감염 예방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7개 시·군 특별방제구역에서는 감염목을 한 그루씩 방제하기보다 소나무 외 기후변화에 강한 수종으로 조림을 추진해 향후 재선충병 발생 위험을 줄이고 산림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안정적으로 숲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재선충병을 완전 방제한 부산 동래, 충북 옥천, 전남 목포 등 16개 시·구·군은 청정지역으로 전환됐고, 제주도는 2015년 54만 그루 감염목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2만 그루로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방제를 추진하면 재선충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재선충병을 성공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관심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산림청의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책임담당구역을 정해 자치단체장들과 효과적인 방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절실한 특별방제구역은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해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

우리 숲은 지금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방제 성공 사례가 있듯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총력을 기울이면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산림청은 숲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재선충병으로부터 소나무를 지켜나갈 것이다.

임상섭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