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AI 생태계의 미래

입력 2024-12-03 00:30

“아~파트, 아~파트.”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한 이 곡은 조회수 1억을 넘어 빌보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에 걸친 한류(K-Wave)의 약진은 뿌듯하면서 부럽기도 하다. 한류의 부흥 뒤에는 인재, 시스템, 콘텐츠, 팬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을 맞춘 K-Wave 생태계가 있다.

K-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인프라와 인재가 갖춰져야 한다. 최근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하고 2027년까지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로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민간 공동투자 유치를 통한 국가 컴퓨팅센터 등 인프라 구축과 AI 인재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의 국가 ‘AI 연구 거점’ 프로젝트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Tech-GPT 플랫폼’ 등을 통해 산재해 있던 인재, 기술 및 정보 등 혁신 자원들을 연결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AI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최신 데이터까지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AI 모델과 실시간 연동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프라와 지연 없는 연결성(connectivity)이 필수적이다. 국내 기술 중심의 독자적 클라우드 육성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한편 사용자에게 데이터 및 AI 기술의 통제권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소중한 정보 및 기술의 유출 우려 없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인공지능대학원을 신설하고 산·학 협력 연구 지원 등을 통해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가 공개한 ‘AI INDEX 2024’의 AI 인재 이동지표에서 한국은 0.3(1만명당 0.3명 순유출)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떠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 조사’에서도 생성형 AI 이용률이 불과 12.3%로 AI 대중화마저 뒤처지는 모습이다. AI 인재의 유치, 양성 및 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AI 전문가, 실무·융합형 인재, 일반 이용자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 전반의 AI 리터러시(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는 능력)를 높여 AI 일상화를 촉진해야 한다. AI 일상화는 시장의 성장, 투자 및 일자리 확대 등으로 이어지고 다시 고품질의 기술·서비스 개발과 핵심 인재 유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인재가 기반이 되는 자립형 생태계가 조성되면 K-Wave처럼 K-AI 기술도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인에게 AI 일상화를 가져올 것이다. AI는 길었던 두 번의 겨울을 지나 물리·화학 노벨상 수상이라는 꽃을 피웠다. 우리도 K-AI 생태계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배순민 KT AI Future Lab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