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여행]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으며 가을 운치를 느낀다

입력 2024-11-21 04:10
한국관광공사 선정 11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낙엽 밟으며 걷는 길’이다. 낙엽을 밟는 소리와 그 향기 속에는 가을 정취가 머물러 있다. 추천 여행지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강원도 평창 오대산 선재길&밀브릿지,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경남 함양 상림, 전남 나주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등 5곳이다.

가을빛 보러 가자, 포천 국립수목원
져버린 단풍이 아쉽지만 낙엽 명소를 찾아 걸으면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포천 국립수목원 육림호 주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동쪽에는 운악산, 서쪽에는 용암산을 두고 국립수목원이 자리한다. 면적만 11.24㎢. 하루에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넓다.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국립수목원 남쪽 산책로가 제격이다. 수목원교를 지나면 데크 구간이 나오는데 길을 따라가면 국립수목원 남쪽 공간으로 접어든다. 숲생태관찰로는 천연림에 460m 길이의 데크를 조성한 관찰 코스다. 육림호 주변 숲길을 걸으면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전나무숲길에서는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삼림욕을 경험할 수 있다. 휴게광장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할 수도 있다.

‘바스락바스락’ 선재길&밀브릿지 산책
낙엽 가득한 평창 밀브릿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면 상원사까지 약 10㎞ 코스로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평탄해 걷기 어렵지는 않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약 9㎞의 본 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진다.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곳곳에 있어 완주하기 힘들다면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산책로, 숙소, 카페, 갤러리 등과 함께 몸에 좋은 방아다리약수도 즐길 수 있다.

SNS상에서 평창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난 실버벨교회와 대관령 목장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에서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실버벨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로, 삼양라운드힐은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메타세쿼이아 붉은 단풍의 장태산자연휴양림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스카이타워 일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가 주인공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무리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 씨다. 대전시가 숲을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다. 그 끝에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타워 정상부에서는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의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 다정한 풍경의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즐길 수도 있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함양 상림
함양 상림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에 자리한 고장 함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 상림이 있다. 함양 읍내에 위치한 숲은 들어서자마자 1000년을 이어온 나무들의 깊은 정기가 느껴진다. 통일 신라 시대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당시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았고 그 둑을 따라 촘촘하게 나무를 심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가 스민 숲에 지금은 활엽수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울창하다.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의 산책길 사이사이 심겨 있다. 완연한 가을이면 활엽수 낙엽이 알록달록한 양탄자를 만든다. 각각 다른 수종인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합쳐진 연리목도 독특하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함화루가 있고 함양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함양의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메타세쿼이아의 도열, 전남도산림연구원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메타세쿼이아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나주시에 자리한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내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10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에도 좋다. 가을을 맞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연구원은 이곳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림치유센터를 운영한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간단하게 숲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숲 해설을 추천한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