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의료원서 또 ‘태움’… 욕설·뒷담화에 퇴사 잇달아

입력 2024-11-20 01:51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9년 7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씨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진상대책위원회에 제대로 된 권고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산하 공공 종합병원 서울의료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 2022년 중징계가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은 ‘태움’이라고 불린다. ‘재가 될 때까지 태워 괴롭힌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은어다.

서울의료원은 2019년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태움 관행이 오랜 기간 이뤄져 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서울의료원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또 내부 괴롭힘이 발생한 것이다.

19일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구로2)이 서울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간호사 A씨와 B씨에 대해 2022년 9월 강등을 의결했다. 강등은 파면·해임·강등·정직으로 분류되는 중징계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A씨와 B씨는 업무 중 부하 간호사들에게 욕설과 비속어 등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사용하고, 비인격적으로 대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후배 간호사 C씨의 뒷담화를 하는 등 모욕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C씨는 견디다 못해 그해 말 퇴사했다. C씨 외에 A, B씨와 함께 근무했던 신규 간호사 3~4명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료원은 2019년 서씨 사건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29세로 5년 차 간호사였던 서씨는 “병원 사람들의 조문을 받지 말라”는 유서까지 남겼다. 이후 서울시가 꾸린 진상대책위원회는 서씨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김 부의장은 “서울의료원은 과거 태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서씨 사망 이후 간호사 전담 지원팀과 감정노동위원회를 설치해 직원들의 고충을 충실히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