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유용’ 이재명 6번째 기소… 野 “정적 죽이기”

입력 2024-11-20 01:1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 유용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9일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 기소는 윤석열정부 들어 여섯 번째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이 대표는 모두 8개 사건으로 5개 재판에 포위된 형국이 됐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모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 사용하거나, 법인카드 등으로 사적 용도의 과일 및 식사 대금을 지출하는 등 총 1억653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는 이 대표가 기소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공무원들이 다수 동원된 조직적 예산 유용 사건’으로 규정했다. 경기도청의 일명 ‘사모님팀’이 이 대표 가족 과일·샌드위치 구입 등에 동원됐다는 게 수사 결과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액 1억653만원 중 소고기·초밥·복요리 등 음식 75건(약 889만원) 결제의 경우 이 대표 부부가 사적으로 먹을 음식 등에 사용됐다고 봤다. 과일(2791만원)은 사모님팀이 구입해 이 대표 자택과 관사에 전달했고, 이 대표 집안 제사에 사용할 과일도 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아침식사용 샌드위치(685만원), 개인 의류 세탁비(270만원)도 예산으로 지출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이 같은 지출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근무자 격려용, 직원 초과근무용, 간담회용 등으로 구매한 것처럼 허위 지출 결의를 했다.

혐의액 중 가장 많은 부분은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 관용차로 구입한 제네시스 G80 차량 관련 비용(6016만원)이다. 경기도청은 해당 차량을 내외빈 영접 등 의전용 명목으로 654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 거주 아파트의 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채로 이 대표 부부 자가용처럼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달청 나라장터 G80 렌트비 최소액(월 138만원)으로 계산한 임차료 및 세차비, 주유비 등을 합산해 배임 액수를 산출했다.

검찰은 그간 민주당이 주장해온 ‘수백 곳 압수수색 논란’에 대해 “검찰은 경기도청 등 10곳 미만 장소만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음식점 결제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10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검찰 수사에서는 이 대표 부부 주거지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법정에서는 이 대표의 지시 및 인식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경기지사가 직원이 쓰는 법인카드의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알겠냐”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될 것”이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이번 사건은 경기도청 별정직 직원 조명현씨가 지난 대선을 앞둔 2022년 2월 폭로하며 시작됐다. 경찰은 이 대표는 직접 관여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반면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경기도민의 혈세를 사사로이 썼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지호 박재현 최승욱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