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국내 가계 빚이 1900조원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 당국은 가계 빚 증가세가 정점을 찍어 향후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가 공표된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3분기에도 증가세가 유지됐다. 증가 폭도 2분기(13.4조원)보다 큰 18조원으로 2021년 3분기 35조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액과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으로 포괄적 가계 부채에 해당한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는 부동산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주담대 잔액은 1112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9조4000억원 불어났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683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3조4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6조원 늘어난 179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곳을 보면 은행에서의 증가 폭이 컸다. 은행에서 주담대는 22조2000억원, 기타 대출은 5000억원 증가했다.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주담대가 9000억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은 2조6000억원 감소했다. 보험 증권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줄었다. 주식 투자가 위축되면서 증권사가 주식매수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액이 3조200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한은은 당분간 향후 가계 빚 증가세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 팀장은 “금융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거시 건전성 정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 속도도 더뎌진 만큼 주택거래에 1∼3개월 후행하는 주담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