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산업용 로봇 수출 급감… 美 수출 로봇도 사실상 내수용

입력 2024-11-20 02:50

한국의 대(對)중국 산업용 로봇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그 빈자리는 미국이 채웠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따른 수출 지형 변화가 로봇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084만2000달러였던 대중 로봇 수출액은 2022년 3272만2000달러, 지난해 1416만2000달러, 올해 1225만3000달러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4~2021년 한국이 로봇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1위를 지켜온 중국은 2022년 2위로 밀려났고 지난해 4위, 올해 5위까지 밀렸다. 50%가 넘던 한국의 대중 로봇 수출 비중은 현재 10%를 밑돈다.

반면 대미 로봇 수출액은 지난 2021년 1637만8000달러에서 2022년 3765만2000달러, 지난해 6066만5000달러, 올해 6296만2000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까지 수출 순위 2~3위였던 미국은 2022년부터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중국의 로봇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대중 첨단산업 견제 대상이 됐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로봇 산업 발전 계획’ 등으로 로봇 국산화에 속도를 냈다. 여기에 중국이 일본 기업의 고사양 로봇은 계속 수입해 쓰면서 중저가 로봇부터 국산화하는 전략을 펴면서 관련 시장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미 로봇 수출을 뜯어보면 납품사가 대부분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로봇 수출은 우리 제조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 추이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한국 로봇 기업이 실질적으로는 내수 중심의 구조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맞물린 수요 흐름이 예상된다”면서도 “수출 확대를 위한 글로벌 영업망 확대 및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로봇 업계는 대기업의 자본력과 로봇 스타트업의 전문성을 결합한 ‘팀플레이’로 미래 로봇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현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포스코는 뉴로메카와,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와 SK는 티로보틱스와 협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사업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검증된 로봇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다”며 “향후 대기업이 지분 투자에서 나아가 아예 로봇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