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역대 최저’ 배경은 일·가정 양립 근로제도

입력 2024-11-20 00:15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의 고용률 증가에는 출퇴근 시간을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유연근로제’와 근로시간을 줄이는 ‘단축근로제’ 등 여러 지원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소멸 위기로 부상하며 임신·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쓸 때 눈치를 보던 분위기가 많이 옅어진 점도 ‘일·가정 양립’이 확대된 원인으로 꼽힌다.

세 살 난 쌍둥이 딸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모(37)씨는 지난달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매일 2시간 일찍 퇴근해 오후 4시면 사무실 문을 나선다. 아내가 육아휴직 2년을 다 채우고 복직하면서 그가 근로시간을 줄여 아이 하원 등을 맡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아예 업무를 떠나는 육아휴직보다 근로시간을 조금 줄이는 단축근로제도를 쓰기로 했다”며 “동료들도 대부분 맞벌이라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미취학 자녀를 돌보는 워킹맘의 근로시간 단축 현상도 두드러진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35.3시간으로 1년 전보다 0.4시간 감소했다.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돌보는 기혼여성 취업자의 경우 32.0시간으로 0.9시간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어린 자녀를 돌보며 일하는 기혼여성의 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 1위는 여전히 ‘육아’(41.1%)였지만 1년 전과 비교해 감소 폭도 컸다. 지난 4월 기준 15~54세 경력단절여성은 12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3000명 줄었는데, 이 중 육아 때문에 직장(일)을 관둔 여성은 6만7000명 줄었다. 이어 결혼(-5만명) 출산(-1만4000명) 자녀교육(-2000명) 등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변모(35)씨는 “다자녀가 아니라면 요즘은 육아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고물가와 이자 부담에 가계 여유 자금이 줄어드는 현실이 기혼여성을 일자리로 내몰았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일부 저숙련·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여성 고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녀가 어리고 많을수록 고용률이 낮아지는 현상은 여전했다.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중 자녀가 ‘3명 이상’(27.7%)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녀 연령별로도 미취학 연령인 ‘6세 이하’(33.5%)가 가장 많았고, 경력단절 기간도 10명 중 4명이 ‘10년 이상’(41.2%)이었다.


‘워킹맘 일자리’의 질도 과제로 거론된다.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기혼여성의 종사 업종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7.5%)과 교육서비스업(15.1%), 도·소매업(12.9%) 등 순으로 많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혼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지만 임금이 낮은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흐름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경력단절 여성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경력단절자나 중·고령 은퇴자를 대체 인력으로 채용할 때 주는 지원금을 지금의 3배인 2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조부모 돌봄 수당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과 경력단절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를 매칭해 주는 정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정현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