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 회사에 다니는 임모(39)씨는 지난여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 ‘워킹맘’(일하는 엄마)이 됐다. 두 살 된 딸이 오후 4시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조부모가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본다. 퇴근 후엔 맞벌이 중인 남편과 번갈아가며 저녁 챙기기와 목욕, 재우기, 등원 등을 분담한다. 임씨는 19일 “주변 워킹맘들은 하루 1~2시간 일찍 퇴근하는 단축근무 제도도 많이 쓴다”며 “업무와 육아의 병행이 버거워지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혼한 여성과 워킹맘의 고용률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육아휴직·돌봄 제도 등 지원 정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9일 통계청의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5~54세 기혼 여성(765만4000명)의 고용률은 66.0%로 1년 전보다 1.7% 포인트 올랐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도 62.4%로 2.4% 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기준 경력단절여성(15~54세 기혼 여성)은 121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3만3000명 줄었다. 전체 기혼 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5.9%로 1.1% 포인트 감소했다. 18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경력단절여성 비율도 22.7%로 2.2% 포인트 줄었다. 모두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최저다.
하지만 육아와 출산에 따른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압박은 여전했다. 올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10명 중 4명은 ‘육아’(41.1%)를 사유로 일을 그만뒀다. 이어 결혼(24.9%), 임신·출산(24.4%), 가족돌봄(4.8%), 자녀교육(4.7%) 등이 경력단절 이유였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7%(202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5.3%에 못 미친다. 근로·육아지원 정책을 더 확대해 기혼 여성의 사회 진출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 등의 확대로 고용 시장에 남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은 추세적 현상”이라면서도 “한국과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여성 고용률은 10% 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