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만화 강국’ 일본에서 콘텐츠 강자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 독자들의 취향과 편리성을 저격한 한국 웹툰의 인기가 날로 커지면서 종이 만화책을 고수하던 독자들이 웹툰으로 넘어오는 추세다. 카카오의 픽코마와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일본 내에서 만화 앱 선두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올해 3분기 일본 내 매출은 1억7900만달러(약248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료 이용자당 월평균 결제액(ARPPU)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8% 오른 2380만달러(약330억원)로 집계됐고,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4.3% 증가한 225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한국발 웹툰 서비스는 일본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3년 일본 내 만화·도서 앱 매출 순위’에 따르면 픽코마와 라인망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대표 만화 출판사인 슈에이샤의 소년점프 플러스, 고단샤의 매거진 포켓 등 기존 만화 시장의 강자로 꼽히던 일본의 만화 플랫폼 앱은 3, 4위에 머물렀다.
이같은 고무적인 성과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 내 젊은 세대들의 문화 콘텐츠 소비 경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공략한 결과다. 아직 일본 만화 시장은 수십 년 전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 작가 지망생들이 본인의 그린 작품을 종이봉투에 넣어 출판사를 찾아가는 식이다. 지망생 중 대형 출판사와 계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작품도 많다.
이에 비해 한국은 누구나 본인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수 존재한다. 작품 수가 많아지면서 소수 독자의 취향까지 고려한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했고, 일본 독자들은 창의적인 스토리의 한국 웹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이 디지털 출판 만화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사이 한국 기업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일본 출판업계 조사연구기관인 전국출판협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만화 시장 규모는 6937억엔(약6조2497억원)으로 종이 출판 만화의 비중이 30.4%, 디지털 출판 만화의 비중이 69.6%다. 디지털 출판 만화가 전체 만화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격이다.
특히 젊은 세대 내에서는 ‘만화는 전자판으로 읽는다’라는 소비 스타일이 정착한 지 오래됐지만, 일본 출판사들이 이런 경향을 간과하면서 한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정영 연성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과 교수는 “일본은 자국의 디지털 출판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참가한 상황이 됐다”면서 “한국 기업이 약 25년 동안 웹툰 시장을 탄탄하게 성장시켜왔기 때문에 일본이 이른 시일 내 이를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