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진) 정식 배치를 지연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중국 대사관과 시민단체 등에 유출한 정황을 감사원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정보를 미리 브리핑해 준 것으로 감사원은 의심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의 ‘사드 배치 지연 의혹’ 관련 보고서에는 문재인정부가 2020년 5월 주한 중국대사관 소속 국방 관계자와 사드 반대 시민단체에 사드 미사일 교체 군사작전 일시 등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4명을 최근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관련 군사작전은 ‘2급 비밀’에 해당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측에 브리핑한 내용 중 군사작전이 포함돼 있다면 통상적인 외교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2020년 5월 29일 노후 미사일 교체를 위한 공동 군사작전을 벌였다. 기습 수송 작전이었지만 시민단체가 나타나 이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으로 번졌다. 감사원은 이 역시 정부가 관련 정보를 시민단체 측에 미리 알린 결과로 보고 있다.
당시 군사작전이 끝난 후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2020년 10월 내 카운터파트(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를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고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고발로 시작됐다. 이들은 ‘문재인정부가 사드 배치 관련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미뤘고,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 보고서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앞서 한·미는 2017년 4월 경북 성주군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를 임시배치했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가 전자파 유해성을 주장하자 박근혜정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이를 검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소규모 평가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사드 정식 배치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평가를 위한 협의회 구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를 사드 배치 지연을 위한 정부 차원의 의도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현 정부는 지난해 6월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약 10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윤석열정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끝없이 반복된, 근거 없는 전임 정부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