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은 스마트안경이다!

입력 2024-11-21 03:31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 후보로 꼽히는 ‘스마트글라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확장현실(XR) 사업 선두주자로 올라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을 시작으로 중국의 바이두, 삼성전자·구글·퀄컴 동맹 등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글라스는 증강현실(AR)이나 혼합현실(MR) 기능이 탑재된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기기다.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면 실제 보이는 환경에 각종 디지털 콘텐츠·정보가 투사된다. 외국어로 쓰인 책을 읽으면 실시간으로 번역해주고 길을 가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경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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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은 XR 리서치 기업 ‘웰센 XR’의 보고를 인용해 “삼성의 AI 스마트글라스가 내년 3분기 출시될 예정”이라며 “초기 생산량은 50만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글라스는 퀄컴 AR1 칩셋을 기반으로 소니의 1200만 화소 카메라 및 구글 제미나이 기반의 AI 기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IMX681 CMOS 이미지 센서도 적용될 수 있다. 헤드셋 XR 기기보다 작은 안경 형태인 만큼 무게는 10분의 1 수준인 50g이고 배터리도 훨씬 작은 155mAh 수준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QR 코드 인식, 몸짓 인식, 모바일 결제, 인공지능(AI) 기능 등을 지원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XR 기기를 공식화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퀄컴 주최 행사에서 “갤럭시 AI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로 확장하는 중”이라며 “이제 새로운 ‘렌즈’를 통해 AI의 혜택을 확인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XR 사업 파트너는 지난해 2월부터 협력하고 있는 구글과 퀄컴이다. 퀄컴은 올 초 혼합현실,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스냅드래곤 XR2+2세대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삼성·구글과 함께 스마트폰과 연결된 MR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이 기기의 티저 영상, 시제품 등이 최초 공개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이들 기업이 스마트글라스 경쟁에 합류한 건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기기가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차세대 폼팩터(외형)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라스는 지난 2013년 처음 등장했지만 그동안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구글의 스마트글라스 ‘구글 글라스’는 1500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특별한 기능이 없었다. 약 10년 후인 2022년 선보인 새 AR 글라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냉랭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9년 MR 기반의 스마트글라스 홀로렌즈2를 공개했지만 가격이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MS는 후속작인 홀로렌즈3에 대한 계획도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드셋 형태의 폼팩터도 대안이 되지 못했다. 공간컴퓨팅 개념을 내세운 애플의 ‘비전프로’는 비싼 가격(3500달러)과 콘텐츠 부족, 1㎏에 가까운 무게 등으로 현재까지는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비전프로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7만대로 예상 판매량인 30만~40만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가상현실(VR)·AR 기기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VR·AR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182억 달러(약 25조원)에서 2026년 357억 달러(50조원)로 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메타는 기존 XR 기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안경 형태의 폼팩터에 집중해 호평을 받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에실로룩소티카사의 브랜드 ‘레이밴’과 협력해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다. 지난 9월엔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Orion)’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글라스와 달리 일반 뿔테 안경과 같은 외형이 특징이다. 무게는 100g 정도로 실제 안경보다는 무겁지만 헤드셋 제품과 비교하면 훨씬 가볍다.

특히 오라이언은 사용자의 뇌와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읽어 내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근전도(EMG) 손목 밴드가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과 신경 신호를 포착해 안경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오라이언은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기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타에 한 방 맞은 애플도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포커스 그룹을 가동해 스마트글라스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포커스 그룹은 애플 내부 직원들로만 구성됐으며 스냅과 메타의 스마트글라스 제품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도 자국 내 스마트글라스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이르면 내년 초 바이두의 AI 챗봇 모델인 ‘어니봇’을 탑재한 AI 스마트글라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사 하드웨어 사업부인 샤오두가 개발을 맡았다. 블룸버그는 “바이두 스마트글라스는 온라인 백과사전, 지도 등 바이두가 기존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연동될 예정”이라며 “메타의 스마트글라스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