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기간 캠퍼스 곳곳 마약 예방 부스… 대학생들이 나섰다

입력 2024-11-20 03:00
총신대 마약예방활동단 단원들이 지난 9월 서울 동작구 학교 교정에서 열린 가을 축제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OX퀴즈'를 활용해 마약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약예방활동단 제공

지난 8월 ‘무더위’ ‘휴가철’ 등을 제치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검색어가 있다. 바로 ‘마약’이다. 회원수 전국 2위의 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가 마약 소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깐부라는 친근한 동아리 이름에 감춰진 추악한 행태는 충격적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캠퍼스의 꽃’ 가을 축제가 한창이던 각 지역 대학 곳곳에 눈에 띄는 부스가 잇따라 세워졌다. 부스에는 ‘마약 제대로 알자’ ‘약하지 않아’ 등 마약 예방 캠페인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 단원들이 또래 청년들에게 마약 중독에 관한 바른 정보를 알리고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박성규 목사)에 마련된 부스에선 코카인 대마쿠키 LSD(환각 마약류) 등 경계해야 할 마약 소개, 마약에 관한 상식을 체크해볼 수 있는 OX퀴즈, 마약 근절 서약서 인증 등의 활동이 진행됐다.


당시 캠페인을 이끌었던 서경민(20) 총신대 마약예방활동단 ‘다온’ 대표는 19일 “막연하게 마약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학생들이 실제 마약의 모양, 급속하게 노화된 마약 중독자의 사진을 보면서 위험성을 체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동작구 보건소와 협력해 진행한 마약류 익명 검사는 참가자들에게 일상에 파고든 마약에 대한 인식을 깊이 새겨줬다. 서 대표는 “당시 호기심으로 검사에 참여한 한 학우에게 양성 반응이 나와 깜짝 놀랐는데 다량으로 복용했던 감기약 성분 때문인 것으로 확인돼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집중력 향상제, 다이어트약 등 일상에 침투한 마약류 성분의 위험성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기회”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중앙대(총장 박상규) 캠퍼스에서도 마약예방활동단이 사회봉사 동아리와 연대해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에선 간접적으로 마약중독자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기를 쓰면 시야가 흐릿해지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참가자들 간 마약 근절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중독 예방을 서로 독려할 수 있게 유도했다.

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성민(24·중앙대대학원 심리학)씨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은데 각 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상담센터와 협력한다면 마약 중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비율이 30.3%로 가장 높다.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장인 조현섭(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 교수는 “과거와 달리 마약을 소분해 거래하는 게 활성화되면서 피자 한 판 값이면 마약을 접할 수 있고, 조금만 투약하면 기분은 좋고 중독까지는 안 될 거라는 착각이 더해져 젊은이들의 경계심이 쉽게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외대 강원대 전북대 한동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마약예방활동단이 운영 중이다. 활동단은 SNS를 활용한 마약 중독 예방 캠페인, 중독자를 위한 기도회, 중독을 경험한 회복자 초청 강의 등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캠퍼스별 마약 인식 실태 조사를 종합해 다음 달 7일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약예방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대학교회연합회 이사) 목사는 “외국인 유학생의 소속 국가 중 일부는 대마초를 합법화한 경우도 있다”며 “국내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교제하는 동안 마약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캠퍼스 사역단체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의 무브먼트(운동)를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임보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