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은 피폐한데 자화자찬 성과에 취한 부처들

입력 2024-11-20 01:20

국토교통부가 어제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주요 정책성과’ 자료를 내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성과의 으뜸으로 꼽았다.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 규제 합리화, 공공의 주택공급 역할 확대, 민간의 공급여건 개선 등 온갖 상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날 한국은행의 ‘2024년 3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이 기간 22조2000억원이나 늘어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면 사상 최대 부채 영끌이 있었겠나. 현실감 떨어진 정부의 자화자찬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선도형 연구개발(R&D)로의 혁신, 내년 R&D 예산 역대 최대 규모 편성을 성과로 내세웠다. 카르텔 운운하며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초토화된 현장을 지켜본 과학기술계는 할 말을 잊었다는 후문이다. “예산을 난도질한 뒤 여론 비판에 밀려 보전한 수준을 역대 최대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 수출 및 고용률 호조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고 가계부채 연착륙, 경제 활력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부처들 자료만 보면 경제 호황도 이런 호황이 없다. 민생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의 국정 홍보는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김건희 여사 문제’(16%)에 이어 ‘경제·민생·물가’(13%·지난주 한국갤럽)가 부정 평가의 주 원인이다. 최근 급부상한 김 여사 문제를 제외하면 올해 내내 경제에 대한 부정 평가가 1위였다. 거시경제를 안정시켰다지만 막상 거시경제 주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추세로 올해 대폭 하향조정이 예고됐다. 여전한 전셋값,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안정세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하고 보고싶은 것만 보고 있는 셈이다. 잘못된 진단은 정책의 표류를 낳게 마련이다. 정부는 자화자찬에 앞서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의 반응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