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어느새 오늘”이라 말하는 악역을 어떻게 마냥 미워할 수 있을까. 분명 악역인데, 주인공을 난관에 빠트리는데도 ‘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이해가 된다면, 이보다 매력적인 악역이 또 있을까. 한없이 가벼운 무릎에, 필요하다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아부도 서슴지 않는 비호감 캐릭터지만, ‘비밀의 숲’ 검사 서동재는 이준혁(사진)의 연기로 생명력을 얻었다.
최근 전 회차가 공개된 ‘좋거나 나쁜 동재’(좋나동재)는 ‘비밀의 숲’에서 조연이었던 서동재를 중심인물로 내세워 제작된 스핀오프(파생작)다. ‘비밀의 숲’ 시즌2가 끝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서동재가 여전히 사랑받는 캐릭터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사실 누가 동재를 좋아할까 생각했었다. 아주 대중적인 캐릭터도, 인기 있을 만한 캐릭터도 아니지 않나”라며 “독특한 작품인데 애정을 갖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쁘다”고 웃었다.
서동재는 역할 상 악역이었지만, 시청자가 몰입할 만한 부분이 많은 인물이었다.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말과 행동도 쉽게 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서다. 그래서 ‘스폰서 검사’란 오명도 쓰게 됐지만, 그 사실을 또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준혁은 “동재는 매번 당하고 구르고 엎어지고 맞고,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살아남는다. 그게 재밌지 않았을까. 또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좋나동재’의 동재는 할 만큼 다한 것 같다”면서도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시즌2 출연을) 안 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 다만 시즌2가 제작된다면 장르가 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