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위한 전시실 첫 공개

입력 2024-11-20 04:10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전용 전시실’에서 영상을 활용한 전시 전경.

혼례와 장례 등 조선 왕실의 의례 문화를 기록한 의궤는 정조 대에 창덕궁 규장각에 보관됐고 또 강화도에 추가로 지어진 외규장각에 보관됐다. 이 가운데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 군대에 의해 무단 반출되었다가 100여 년이 지난 뒤 프랑스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고 2011년 외규장각을 떠난 지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 서화관 내에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전용 전시실을 처음으로 조성해 최근 공개했다. 그동안 두 차례 특별전을 열기는 했지만, 외규장각 의궤 속 다양한 내용을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용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궤는 보통 필사했기에 4∼10권씩 소량을 제작해 특별 제작한 1부는 어람용(御覽用)으로 왕에게 올리고 나머지는 관련 기관과 사고(史庫)에 나누어 보관했다. 외규장각 의궤 290여 책은 대부분이 어람용인데, 이 중에는 전쟁 등으로 나머지 필사본이 모두 훼손된 ‘유일본’ 의궤 29책이 포함돼 있다. 외규장각 의궤의 방에서는 한 번에 8책씩, 1년에 4번 교체하여 연간 32책을 공개한다.

첫 전시에는 병자호란 이후 종묘의 신주를 새로 만들고 고친 일을 기록한 유일본 의궤 ‘종묘수리도감의궤’와 제작 당시의 책 표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어람용 의궤인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가 전시된다. 또 조선 왕실의 결혼과 장례에 관한 의궤로, 조선 19대 왕 숙종(재위 1674~1720)이 치른 세 번의 가례를 기록한 의궤 3책과 숙종의 승하부터 삼년상을 치르는 절차를 기록한 의궤 3책이 공개된다.

의궤는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기록유산이지만, 한자로 되어있어 접근하기가 어렵다. 또한 진열장에 들어간 의궤는 넘겨볼 수 없기에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이에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여 직접 책을 넘겨보며 의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책’을 만들었다. 모든 행사에 사용한 물품을 그림으로 기록한 ‘도설(圖說)’을 활용한 ‘도설 아카이브’를 제작해 전시했다. 의궤의 장엄함이 느껴지면서도 친절함이 돋보이는 전시다.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