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사진)가 노환으로 지난 13일 별세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9일 보도했다. 향년 92세.
다니카와는 호세이대학 총장을 지낸 철학자 다니카와 데쓰조의 외아들로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교 재학 시절 그가 쓴 시 노트를 아버지가 시인 미요시 다쓰지에게 보여준 것을 계기로 스무 살이던 1952년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간했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이 시집은 우주의 장대함을 배경으로 개인의 내면을 포착한 신선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산문으로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한 ‘정의’, 일상 대화 형식으로 친숙한 풍경을 표현한 ‘밤중에 부엌에서 나는 너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등을 통해 시 영역에서 일본어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주요 작품은 일본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는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가를 작사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한국 대표 시인 신경림(올해 5월 별세)과 함께 대시(對詩)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를 양국에서 출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