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퍼스트 버디

입력 2024-11-20 00:40

요즘 미국 언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표현한다.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트럼프의 ‘절친’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머스크는 대선 이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 거의 상주하고 있다. 트럼프 가족들과도 친하다. 트럼프의 손녀 카이는 머스크를 가리켜 ‘삼촌’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머스크를 ‘엘로니아’(일론+멜라니아)로 부르기도 한다.

오랜 벗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진 것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참여했지만, 곧 활동을 그만뒀고 트럼프와 공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였던 머스크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 등을 이유로 입장을 바꿨다.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인공지능 회사 xAI, 뇌신경과학 기업 뉴럴링크,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을 소유한 그에게 민주당의 규제는 걸림돌로 느껴졌을 수 있다.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중요한 ‘돈줄’ 역할을 했다. 그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지원한 금액은 1억3200만 달러(약 1835억원)에 달했다. 트럼프에게는 단비와 같은 돈이었다. 머스크 입장에서도 성공적인 투자였다. 그의 재산은 트럼프 당선 이후 500억 달러(약 69조5100억원·지난 9일 기준)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까 하는 점이다. 트럼프 참모들 사이에서는 행정부 인사와 외교정책에까지 관여하려 하는 머스크가 선을 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오래된 참모들과 머스크 사이에서 트럼프는 어떻게 반응할까. 오랜 벗도 아니고 이념을 공유한 사이도 아니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가 된 머스크는 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