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로커 활개로 멍드는 실손보험… 방치하면 서민만 손해

입력 2024-11-20 01:10

2022년까지만 해도 백내장 과잉 수술이 막대한 실손보험 적자 원인이었다.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은 입원이 필요치 않다는 판결로 보험 적용이 불가능해지자 병원 주변에서 기생하던 브로커들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성형외과, 한방병원, 요양병원 주변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료 컨설팅 명목으로 환자를 병원에 연결해주면서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주로 노리는 건 보건당국 감시 사각지대인 도수치료, 비타민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늘어난 숙박형 요양병원도 주공략 대상이 됐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도 장기 입원시킨 뒤 피부미용 시술을 받게 하고 통증 치료 등으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해주는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최근 남양주북부경찰서는 병원 의사, 상담실장 등 5명과 환자(136명)가 2021년 5월부터 이 같은 허위 진료기록으로 실손보험금 6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적발했다. 심지어 일부 브로커는 소아과, 정신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발달 지연 아동들을 성형외과로 연결해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 중 비급여 비율은 5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5대 손보사가 지급한 비급여 보험금은 2조8392억원에 이른다. 선량한 다수 국민이 브로커와 병원의 짬짜미 때문에 매년 인상되는 보험료 덤터기를 쓰고 이는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경찰, 건강보험공단이 공조해 조직형 보험사기 척결에 나서고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특별조사팀(SIU)을 구성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 해결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환자들에게 의료비 청구 절차와 보험 사용법을 투명하게 안내해 불법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