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화장품은 어디에서 팔릴까

입력 2024-11-20 00:32

시장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다. 이번에는 온·오프라인 유통 관점에서 화장품 시장을 보자. 화장품은 샤넬 등 수입 고가품부터 국내 중소기업의 가성비 좋은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유행에 민감해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이 계속 등장한다. 제조·유통 마진이 높은 편이고, 경기 불황에 둔감하며, 아무래도 주된 소비자는 여성이다.

화장품 판매처는 큰 변동이 있었다. 1980년대까지 방문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더니 2000년도 들어 ‘브랜드숍’(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이 성장했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 편집숍이 약진했다. 올리브영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쇼핑하기도 하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화장품을 곁들이기도 하며, 다이소에 들러 가성비 좋은 화장품을 획득하기도 한다. 여행객이 면세점에서 많이 찾는 품목 중 하나이고, TV홈쇼핑에서도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 쿠팡, 카카오, 신세계몰, 11번가 등 온라인에서 화장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유명 제조사들도 앞다퉈 자사 홈페이지에서 화장품을 판매한다. 이에 따라 현재 화장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절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플랫폼 강자인 무신사, 마켓컬리, 쿠팡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홈페이지에 화장품 코너를 만들고 요지에 대형매장을 열었다. 비대면 쇼핑 문화의 확산으로 온라인 판매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올리브영의 화장품 사업 범위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젊은 여성을 주된 고객으로 삼고, 편의점처럼 역세권에 주로 위치하며 위생용품·식품도 같이 팔고, 고객이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올리브영은 다른 화장품 판매처와 다르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화장품&건강 편집숍’ 중 절대강자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시장점유율은 70%를 넘게 된다.

반대로 올리브영의 충성 고객이라고 그곳에서만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브랜드숍, TV홈쇼핑은 물론이고 쿠팡, 네이버 등 수많은 온라인몰이 올리브영 고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들은 같거나 비슷한 화장품이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몰에서 더 싸게 팔리면 올리브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고려하면 올리브영의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화장품과 관련해 다양한 판매처 특히 온라인몰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다퉈졌던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올리브영 사건’이다. 조사관 측은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화장품&건강 편집숍’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공정위 최종 결론은 백화점 등 다른 오프라인 판매처와 온라인몰도 경쟁상대라는 점을 중시해 시장을 정했다. 이처럼 시장이 ‘오프라인 화장품&건강 편집숍’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올리브영은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강한 지배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유통산업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약진함에 따라 시장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온라인몰 등에서 비슷한 화장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올리브영의 시장을 ‘오프라인 화장품&건강 편집숍’에 한정시키는 건 무리다. 그런데 화장품 유통시장을 온·오프라인, 유통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넓게 보면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없게 된다. 초대형 플랫폼도 시장지배력이 없게 된다. 따라서 공정위는 ‘화장품 납품업체’는 올리브영 말고 다른 판매처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세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