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성수기인데… 건설 한파에 시멘트업계 ‘가동 중단’까지

입력 2024-11-19 02:32
경기도 화성시 한 레미콘 공장 주차장에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건설 경기 한파에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매년 가을은 시멘트 업계에서 극성수기이지만 올해는 새 아파트 공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지난 7월 이후 킬른(시멘트 원료를 만드는 가마) 6기 가운데 2기의 가동을 멈췄다. 회사 측은 보수를 위해 임시로 가동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급 조절 차원의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본격적인 혹한기가 찾아오기 전인 10~11월은 시멘트 업계에서 연중 가자 수요가 가장 많은 극성수기다. 이 시점에 킬른을 장기 보수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성신양회도 킬른 5기 가운데 2기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 중 1기는 노후화로 가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 하반기부터 가동을 멈췄다. 삼표시멘트도 킬른 7기 중 5기만 가동하고 있다. 쌍용C&E는 킬른 10기에 대해 번갈아 시행하는 보수 기간을 기존 한 달에서 한 달 반으로 늘렸다. 쌍용C&E측 관계자는 “3분기 출하량이 20%가량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가동률을 낮추면서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연초 예상치인 4400만t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이조차도 유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시멘트 총출하량은 5000만t 이상이었다.

업체 출하량 감소는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시멘트 제조사 가중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이상 급감했다.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는 영업이익이 2~5% 상승했으나 매출액은 모두 하락했다.

시멘트 업계 점유율 1위 쌍용C&E의 하락세가 가장 컸다. 3분기 매출액은 3729억원으로 전년 동기(4204억원) 대비 1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39.3%나 급감했다. 성신양회는 매출액(2618억원)이 1.2% 상승했으나, 영업이익(64억원)은 38.8%로 크게 줄었다. 아세아시멘트는 매출액 2460억원으로 이 기간 14.7% 하락했고, 영업이익도 284억원으로 35.1% 하락했다.

시멘트를 가공해 판매하는 레미콘업체는 수요 감소와 원료비 등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로 더 큰 실적 하락 폭을 기록했다. 유진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3.3% 줄었으며, 동양은 78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3분기 누적으로도 유진기업과 동양기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36.6%, 91.7% 줄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