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에 65세 이상 국민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은퇴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제 성장잠재력 약화, 노년부양비 증가 등 사회 전반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특히 계속고용 로드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2013년 도입된 60세 정년 제도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불완전한 형태의 정년 제도 도입이 오히려 고령자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혜택은 집중되고 청년 계층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이번엔 정년 연장 개념이 아니라 ‘계속고용’ 개념으로 실효적으로 더 오랜 기간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고용 정책을 추진해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거론하며 임금체계 개편까지 포함해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난 사람=김나래 사회부장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는 2019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중이다. 올해 9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연령대에서 처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했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올해 27.4명에서 2070년 100명으로 늘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인구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노동시장 시스템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60세로 법정 정년은 연장됐지만 제도 정착은 더디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정년을 체감하지 못한다. 2013년 60세 정년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후 임금피크제 소송을 비롯해 노사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 60세 정년으로 인한 노동비용 부담 상승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들이 많다.”
-세대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윤석열정부의 계속고용은 ‘우리의 아들 딸이 행복한 계속고용’이 될 것이다. 부모들이 아들 딸의 일자리를 빼앗아 더 일하는 것도 안 되고, 부모들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아들 딸들에게 얹혀 지내며 자식들이 휘청이게 하는 것도 안 된다. 계속고용 형태로 갈 때 기존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기존의 고용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일률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면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 청년층이 ‘내가 나이 들었을 때 저런 시스템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년 연장이 안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일본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중 선택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65세 계속고용 도입률이 99.9%, 그중 기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 재고용 형태가 69.2%다. 한국과 비슷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원칙이 나온다. 첫 번째는 중고령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 두 번째는 청년과 중고령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도록 하는 것, 세 번째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 가지 원칙을 갖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한다면 개혁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공형 임금체제 개편이 핵심일 텐데, 묘안이 있나.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 즉 임금의 경직성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약한 게 문제다. 결국 고령 근로자에 대해 합리적인 임금체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기업별 상황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사회적 논의, 특히 노동계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나.
“경사노위 논의가 공론화의 과정이다. 공익위원이 안을 제시하고, 국민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려 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론에서 지지해준다면 (노사) 합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경사노위 결과가 나오면 내년 중 입법 방식과 내용을 검토·결정할 예정이다. 연금 개혁도 추진하고 있어 그 부분과도 연계가 필요하다.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선택지를 주고, 경직적이지 않은 임금·고용체계에 대해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계속고용과 관련해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근본적으로 연령 차별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 재정 지원과 관련, 기업에 현금을 지원하는 형태도 가능하지만 기술 교육 훈련이나 일자리 매칭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하는 방법도 있다.”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정책을 준비 중이다. 40대는 경력 재설계와 이직 지원 같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 생애 경력설계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50대는 원활한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대기업 등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훈련센터, 신중년 특화과정 등을 통한 맞춤형 훈련을 제공한다. 50대는 기업의 자율적인 계속고용이 확산하도록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 대한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확대·개편을 추진하겠다.”
정리=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