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가 장악한 美 소셜미디어… 민주당은 온라인 공론장 잃어

입력 2024-11-19 01:03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계정. 연합뉴스

미국에서 우파가 소셜미디어를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우경화를 다룬 기사에서 지난 5일 대선 투표일에 두 대통령 후보가 올린 메시지가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얼마나 공유됐는지 비교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올린 유권자들에게 줄을 서서 투표해 달라는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16만회에 달하는 ‘좋아요’를 받았고 1만5000명 이상 공유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이날 가장 인기 있는 페이스북 게시물은 ‘좋아요’ 1만8000회, 공유 1500명을 기록했다.

이날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이미지는 210만회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첫 유권자가 되는 Z세대를 축하하는 해리스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좋아요’는 56만9000회였다. 엑스에서도 투표를 요청하는 트럼프의 게시물이 100만회 이상 ‘좋아요’를 받은 반면 해리스의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은 31만8000회에 그쳤다.

소셜미디어의 우경화는 약 4년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의사당 폭동을 계기로 트럼프 계정을 동결하고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계정을 삭제한 결정이 불러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NYT는 진단했다. 이때 쫓겨난 우파들은 자신들을 위한 소셜 플랫폼을 구축했다. 갭(Gab) 등 우파 플랫폼으로 대규모 이주를 했고,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설립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정치 콘텐츠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정치 담론의 장으로서 활력을 잃었다. 그사이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로 브랜드를 바꾼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선거운동에 ‘올인’하면서 엑스를 우파적 정치 담론의 엔진으로 전환시켰다.

보스턴대의 인터넷 연구자 조앤 도노반은 “우파는 미디어 공간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현명했다”며 그로 인해 해리스의 선거운동은 많은 소셜 플랫폼에서 적대적인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주요 소셜미디어가 우파적 목소리에 장악되면서 민주당과 좌파는 온라인 공론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