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향한 제3세계의 일갈 “당신들이 전수한 교리를 왜 안 지키나”

입력 2024-11-20 03:08
우간다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3월 수도 캄팔라 국회의사당에서 성소수자 처벌법과 관련해 토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세계 기독교 질서를 주도했던 유럽에서 각종 성오염(성혁명) 물결로 인해 기독교가 퇴색하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럽으로부터 기독교 교리를 전수받은 아프리카, 남미 등에선 성오염이 차단되는 모양새다. 기독교가 부흥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교인들은 타락해가는 유럽을 향해 외치고 있다. “너희들이 전수한 교리를 왜 너희들이 지키지 않는냐”라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세계 기독교 리더십이 서구에서 제3세계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오염에 잠식된 유럽

유럽은 기독교 신앙 및 문화가 파생된 곳이다. 이슬람 국가들에 맞서 십자군이 일어났고, 기존의 형식적 의식을 거부하고 진실된 신앙으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도 발생했다. 유럽 열강들은 산업혁명을 통해 부강함을 이룬 뒤 전 세계로 뻗어나갈 때 정치 군사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기독교 교리를 전파하는 데에도 힘썼다. 언제나 선교사가 동행했고, 이들의 노력으로 대상 지역에 기독교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의 유럽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모했다. 동성애와 성전환, 낙태 등 이른바 성오염 물결이 범람하면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독교와는 상당히 멀어진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영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성오염 과정이 꾸준히 진전돼 2010년 ‘평등법’ 제정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안드레아 윌리엄스 크리스천 컨선 대표는 “법 제도적 뒷받침을 받은 동성애자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사회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본래의 가치는 저버리고 죄악을 재정의하면서 타락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종교 개혁이 일어났던 독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인리히 덕센 독일 본 신학교 총장은 “신앙에 기반한 결혼관념과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고 가정이 빠르게 해체되는 모습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과거에 독일을 대표했던 기독교적 가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유럽에서의 기독교 인구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한때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기독교 인구는 70~80%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50% 아래로 뚝 떨어졌다. 교회 출석률을 놓고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크리스천 포스트에 따르면 영국은 1.1%, 독일은 1.3%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교회 출석률은 극히 저조한 모습이다.

성오염에 레드카드 꺼낸 국가들

유럽과는 뚜렷하게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있다. 과거 유럽 국가들에서 기독교 교리를 전수받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우간다, 케냐, 나이지리아 등은 성오염을 명백히 반대한다. 해외 국가들에서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라고 압박해도 되레 더욱 강력한 법안으로 동성애를 단죄하고 있다. 과거 감리교단 세계총회 때 동성애자들에 대한 안수가 부결된 적이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 국가 총대들이 앞장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비교적 순수한 신앙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간다의 윌리엄 목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곳에 있는 목회자와 교인들은 한국의 초대 교회처럼 철저히 복음주의적 신앙에 근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국가 전반적으로 복음이 전파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은 유럽에 대해 의아함을 갖고 반문하고 있다고 했다. ‘너희들이 목숨을 걸고 전수한 교리를 왜 너희들이 지키지 않느냐’고.

현실적 고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찬호 감리교 중부연회 감독은 “한때 전 세계에서 에이즈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지역이 아프리카다. 사망자는 1년에 최대 200만 명, 에이즈 고아는 1500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국가의 정부는 국가와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 기상도

세계 기독교 리더십이 서구에서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오염으로 기독교 퇴조 현상을 겪고 있는 서구권 국가들 대신, 영적 순수함과 복음주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 지역 국가들이 앞으로 기독교 리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전 세계적인 성오염 현상만 봐도 이미 서구권과 제3세계 국가들 간의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오염과 관련해 미국도 오락가락하며 분명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다 순수한 영적 열정이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향후 새로운 형태의 종교개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