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2개월여 앞두고 각각의 전장에서 ‘겨울 대공세’를 단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가 미사일 120발과 드론 90기를 동원한 공격을 단행했다. 그중 140개 이상의 발사체를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했다”며 “불행히도 전국의 전력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국영 전력기업 우크레네고르는 “1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전국에서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는 17일 수도 키이우와 남부 오데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했다. 오데사의 우크레네고르 전력시설에선 직원 2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 내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변전소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원전 9기 중 2기만이 최대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력·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시설을 집중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재집권하면 ‘현재의 전선에서 교전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러시아의 공세 강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AFP통신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임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불확실한 시점에 공습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도 공세 수위를 높여 지난 16일부터 이틀 만에 레바논 군사시설 200곳 이상을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석대변인 무함마드 아피프가 사망했다.
헤즈볼라는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바트당(범아랍권 정당) 사무실에서 아피프가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정보에 기반한 정밀 폭격으로 테러리스트 아피프를 제거했다”고 확인했다. 아피프는 지난 9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측근으로,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장기전을 치를 무기와 장비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