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책·인선까지 잇단 참견… 벌써부터 선 넘는 ‘퍼스트 버디’

입력 2024-11-19 00:12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원 연설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벌써부터 ‘월권’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머스크가 재무장관 후보로 특정 인사를 공개 지지하자 트럼프 참모들 사이에서는 머스크가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7일(현지시간)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차기 위원장에 브렌던 카를 지명했다. 현 공화당 소속 FCC 위원인 카는 머스크의 측근으로, 이번 인선에 머스크가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가 된 머스크가 경제정책과 주요 내각 인선에 공개적으로 트럼프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머스크가 트럼프 측근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에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러트닉이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재무장관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러트닉을 공개 지지한 것이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재무장관 지명을 두고 고민하는 와중에 머스크가 특정인 지명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두 후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가 ‘제3의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의 러트닉 공개 지지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와 정책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두고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혼란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 측근은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관세 인하 결정을 “좋은 조치”라고 칭찬한 것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과 상반되는 밀레이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트럼프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선 이후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트럼프의 가족들과 함께 골프장을 찾았고, 트럼프의 손녀 카이는 엑스에 머스크 사진을 올리면서 ‘삼촌’이라고 적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엘로니아’(일론+멜라니아)라는 호칭까지 생겼다.

머스크는 전날엔 트럼프, 러트닉 등과 함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했다. 마러라고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와 나란히 앉아 맥도날드 햄버거를 앞에 두고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