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플 때 힘들어… 교회, 함께하는 공동체이길”

입력 2024-11-19 03:01
‘나홀로 가구’ 1000만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1인 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청년 직장인이 집에서 홀로 요리하고 있는 모습.

“혼자 아플 때가 최악이었어요. 심하게 아플 때는 나가서 약도 못 사고, 밥 해먹을 기운도 없어서 며칠 동안 누워있기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몽골 출신 졸자야(가명·35)씨 얘기다. 2013년 건축 전공을 살려 일하고자 한국에 첫발을 디딘 그는 근로와 유학생활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1인 가구 이주민이 됐다. 이른바 ‘나홀로족’ 11년째인 그에게서는 불편함을 넘어 외로움, 나아가 공동체에 대한 갈망도 느껴졌다. 졸자야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이주민이나 1인 가구를 단순히 도와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동체로 있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만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1인 가구 주인공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혼자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지, 그걸 해소할 방법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이주민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 1인 청년직장인, 홀몸 노인의 얘기 속에선 ‘함께’ ‘보듬는’ ‘따뜻한’ 같은 단어들이 유독 의미있게 다가왔다. 졸자야씨처럼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전해졌다.

자립준비청년 정서현(22)씨는 3년째 홀로 살고 있다. 정씨도 역시 아플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하면서 “예전에 열이 많이 났을 때, 움직이기도 힘든데 혼자 병원을 가야 하다 보니 서러웠다”고 전했다. 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싶냐는 질문에 정씨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안한 삶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삶을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음식 재료나 식료품 등으로 1인 가구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인 가구를 보듬고 관계를 이어가는 섬김·돌봄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교회에 요청한 것이다.

김재현(가명·31)씨는 2019년 경남 김해의 한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혼자 산다는 게 마냥 즐거웠는데, 지내다 보니 막상 나 홀로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은근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동호회 모임 등을 갖고 귀가해 어둡고 조용한 거실에 들어서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만약 내가 연락이 안 되는 방학 때, 갑자기 죽는다면 개학일까지 다들 모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시작으로 상상이 꼬리를 계속 물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교회에서 펼치는 ‘독거노인을 위한 우유 배달’을 비롯해 홀몸노인과 자립준비청년 등 1인 가구를 돌보는 사역이 필요하단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홀몸노인 A씨는 최근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다. 그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공허함이 인생을 앗아가는 것만 같다고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A씨는 “등이 가려워도 긁어줄 사람이 없고 아픈데 약을 발라줄 사람이 없다”며 “특히 겨울이 되면 추워서 그런 건지 몰라도 외로움이 더 사무친다”고 말했다.

그런 A씨는 교회에서 삶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는 “교회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교구별로 함께 활동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한국교회가 우리 같은 사람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면 참 좋겠다”고 전했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이사는 “교회의 선교는 결국 사람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지역교회와 기관이 협력한다면 은둔고립으로 힘들어하는 지역주민을 비롯해 1인 가구 생활자들을 상담하고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규 손동준 박윤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