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롤스터 맏형 김혁규 입대… “전역 후에 다시 경기할 것”

입력 2024-11-20 04:26
프로게임단 KT 롤스터 소속 ‘데프트’ 김혁규가 1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송별식에서 팬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병역 의무 수행을 위해 잠시 마우스를 내려놓는 그는 환송을 위해 모인 1000여 명의 팬들 앞에서 다시 선수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프로게이머 ‘데프트’ 김혁규(28)의 선수 인생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와 ‘라스트 댄스’로 축약된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꿈에 그리던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때부터 두 단어가 그를 상징하게 됐다.

길었던, 그러나 지루할 틈 없었던 12년간의 춤사위였다. 김혁규는 2013년 데뷔했다. 2022년, 언더도그였던 DRX를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면서 인터뷰에서 했던 ‘중·꺾·마’란 말이 유행을 탔다. 올해는 KT 롤스터에서 주장과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 김혁규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마우스를 내려놓는다. 김혁규는 입대를 앞두고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소속팀 KT의 도움을 받아 송별회를 진행했다. 은퇴식이 아닌 송별회인 이유는 그가 전역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

송별회에는 10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찌아요우”를 외치는 중국인 팬들도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김혁규는 팬들 앞에서 감회를 밝혔다.

“프로 생활로 제게 가장 크게 남은 게 무엇일지를 생각해봤어요. 저와 함께 즐거워해 주시고 슬퍼해 주시는, 힘을 주시고 반대로 제게서 힘을 얻어가기도 하시는 팬분들이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일에 도전하든 팬 여러분의 존재가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혁규의 가족과 KT 동료 선수들은 물론 ‘라스칼’ 김광희, ‘커즈’ 문우찬 등 그와 예전에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도 송별회에 왔다. 김혁규는 “동생들과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이 정말 많다. 그들 역시 저로부터 배운 게 많다고 말해주니 고맙다”면서 “직업 특성상 어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솔직하게 대화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유행에 민감하다. 프로게이머는 짧게라도 휴식기를 가지면 바로 낙오되기 쉽다.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은 은퇴 선고와도 같다. 하지만 김혁규는 제대 후에도 현역 선수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승리욕이 센 편이에요. 졌을 때도 패배에 매몰되기 싫어서 복수심을 키웠죠. 이번 경기를 지면 다음 경기가 있고, 올해 경기에서 지면 내년 경기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전역 후에 다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복귀를 기다려주길 팬들에게 당부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