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입력 2024-11-20 03:06

고린도전서 13장은 흔히 ‘사랑장(The Love Chapter)’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랑장의 말씀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함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1절에서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조차 사랑이 아니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처럼 시끄러운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실제로 그렇겠죠. 성령의 특별한 은사가 있는 사람이 매사에 무관심과 거짓과 냉소로 일관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보며 “저 사람은 차라리 저런 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최소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조소를 보낼 것입니다.

또 3절에 보면 구제와 헌신이 나옵니다. 남을 돕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운 선행은 없을 테지만 아무리 가난한 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구제하며 도울지라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유익도 없는 것이요, 그의 행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예배를 드리고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추운 겨울에 어느 한 노숙자분이 길모퉁이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고 제가 가지고 있던 10달러를 잠자고 있던 그의 품에 살짝 끼워 넣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런 저를 보면서 저 자신을 대견했고 또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돈을 손에 쥐고 일어나더니 저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누굴 거지로 아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저도 화가 나서 “싫으면 다시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화를 내면서도 끝까지 그 10달러는 안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길거리에서 10달러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제가 ‘어차피 내 수중에서 떠난 돈이다. 어차피 주기로 했으니 그냥 주자’라고 생각하고 기분 나빠하면서 기숙사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을 향한 사랑이 아닌 동정에서 시작한 거니까요. 그분이 “누굴 거지로 아나”라고 했던 것처럼 그분은 실제로 거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인생의 실패와 실의 속에서 낙심하며 거리에 쓰러진 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 그에게 마치 동정하듯 10달러를 건넸다면 그분은 위로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선행을 베풀고 있는 내가 당신보다 낫다’라는 보이지 않는 우월감이 제 표정이나 눈빛 속에 다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분은 자신을 도우며 흐뭇해하는 어느 한 신학생의 눈빛 속에 더 큰 모멸감과 분노를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조직신학에서 구원의 서정을 보면 칭의(稱義)의 사건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聖化)의 삶으로 가야함을 이야기합니다. 성화의 정점은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우리의 신앙이 점점 익어갈수록 우리에겐 더 깊은 사랑의 향기가 배어져 나와야 할 것입니다.

홍성익 목사(부천 솔로몬교회)

◇홍성익 목사는 명지대 영어영문학과(BA)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해 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STM)을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부천시기독교목회자연합회 상임회장과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천 솔로몬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