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우리 사회의 영원한 숙제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3주체들은 소위 ‘영혼을 갈아 넣으며’ 교육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구나 경쟁 교육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기 바쁜 세태 속에, 그것이 옳지 않다고 외치며 좀 더 건강한 교육의 대안을 찾는 이가 있다. 바로 신소영(35)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다.
신 대표는 좋아하면서도 오랫동안 잘 할 수 있는 진로를 고민하다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부터 남다른 방향성을 가졌다. 높은 서열에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한 문제풀이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일깨우고 성장시킬 수 있는 수업과 교실을 지향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경쟁 일변도의 길이 아닌, 우회로를 통해서도 다양하고 가치 있는 종착지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안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입시 경쟁의 냉혹함 앞에 교사로서 무력감과 열패감을 느꼈다. 이 상태로 학생들 앞에 서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교단을 떠나게 됐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막막한 시절을 보낼 즈음, 우연히 한 사교육 기업의 연구개발(R&D) 기획자 구인 공고를 봤다. 신 대표는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교육을 밑바닥부터 잘 알아야 교육적 이상과 현실을 조망할 안목도 생기고, 언젠가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일을 시작해 학원, 인터넷 강의, 출판 등 다종다양한 사교육 상품들이 어떻게 기획되고 출시돼 시장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의 메커니즘을 보고 듣고 익혔다.
이후 운명처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부터 ‘사교육 시장 경험자’를 우대하는 정책연구원 구인 소식을 접하게 됐다. 신 대표의 말이다.
“마치 저의 독특한 이력을 콕 짚어 초빙하는 듯한 구인공고가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역하라는, 퇴로를 열어주는 하늘의 뜻 같았어요. 회사에 발을 들일 당시 첫 마음을 되짚으며 2019년, 그렇게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 상근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어요.”
신 대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소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제도와 의식을 개선하는 대중운동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당시 교육부 방침은 고3은 매일 등교를 시키고, 고1, 2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를 등교시키는 것이었죠.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교육 행정이 얼마나 입시를 중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방증했던 거죠. 당시 교사와 학부모 간담회를 긴급 추진해 문제를 확인하고 대안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설문조사로 확인한 다음, 협력해 목소리를 낼 국회의원실을 찾았어요. 그래서 교육부의 입시 중심 행정을 규탄하고 변화된 정책 시행을 촉구해 열매를 거뒀어요.”
최근에는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 운동’도 시행했다. 초등 아이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듯, 과도한 선행 커리큘럼 운영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의 고유한 발달 단계에 따른 배움의 시간표와 순서를 존중하고 지켜주자는 차원이다.
신 대표가 남다른 교육 활동을 전개하는 기저에는 신앙관이 깔려있다. 그는 20세에 성경을 읽고 묵상하다가 창조의 섭리가 온전히 이해되고 받아들여 지는 평안한 순간을 맞이했다. 독실한 신앙관을 구축한 뒤에는 교육에 그것을 접목하려 했다. 그 결과 교육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고유한 생명의 본질,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학생마다 가진 고유함을 발견하기는커녕, 채 움트지도 못하게 짓밟힌 채 과도하게 사교육을 욱여넣는 지금과 같은 교육이 지속한다면 가뭄이 들 듯 생명이 메마르고 각자도생하는 위험한 사회가 올 거예요. 저는 모든 아이가 충만한 생명력,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지켜서 주도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세상을 섬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교육에 깃든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우리 시대 교육 주체들이 이상적인 삶을 ‘먼저 살아갈’ 의지를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현실의 삶이 퍽퍽하고 암담할지라도, 신앙과 선한 근성에 기반해 이상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바라신다면, 그 세상을 먼저 사는 삶을 부디 포기하거나 유예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그렇습니다. 내가 비록 학창시절 누리지 못했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지만, 그 세상이 누렸어야 마땅한 옳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으시다면, 그 세상을 먼저 사는 데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