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닦다 로프 끊겨… 法 “유족급여 지급해야”

입력 2024-11-18 01:34

외부 유리창 청소 작업을 수행하다 로프가 끊어져 숨진 일용직 근로자에 대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용직 근로자도 근로자성이 있다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 있었던 근로자”라고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 A씨는 2021년 6월 한 도급업체의 건물 외부 유리창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가 로프가 끊어져 약 8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A씨 가족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고, 공단은 그해 8월 유족에게 약 1억6200만원을 지급했다. 공단은 그러나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 재조사 결과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했다.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법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 일용직 노동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유족 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도급업체가 지정한 작업 일자·시간·장소 등에 구속돼 일했고, 노무 제공도 도급업체나 원청의 지시·관리하에 대체로 통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작업할 때 안전시설 등을 설치·관리하며 위험방지 조치를 취할 책임은 회사에 있다”며 “회사가 사용자로 지배하던 영역에서 노무를 제공한 고인은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근로자”라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