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연설을 통해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에게 한국의 국제사회 속 역할과 비전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양자 또는 소다자 회담을 갖는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엔 페루 공식 방문 일정에 돌입, 방산 및 핵심광물 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의 연쇄 양자회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 신뢰와 우의를 다지고,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한·중 관계 강화 의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로의 방문을 초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은 한국의 지지를 얻어 2026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수임됐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5일 하루에만 세 차례 만나 대화했다. 윤 대통령은 ‘혁신을 통한 계층 간 격차 완화’ 메시지를 밝혔던 APEC 제1세션의 휴식 시간에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긴밀하게 소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의 진전 과정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고별 정상회담’에서는 지나간 일들을 회고하며 뭉클한 분위기도 연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약 50분간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이시바 총리는 “짧은 기간에 두 번 세 번 만나 뵐 수 있는 것이 대단히 기쁘다”며 “이것이 한·일 관계의 원래 있어야 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9일 만인 지난달 10일 라오스에서 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는데, 이는 이시바 총리의 정상회담 ‘데뷔’였다. 한·일 양국은 북·러 군사밀착을 강력히 규탄했고,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잉카시대 지도자들의 전통 지휘봉인 ‘바라욕(varayok)’을 선물 받았다. 올해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페루의 정상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APEC 회원국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한국은 내년도 의장국으로서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APEC 회원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리마=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