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온 예나 브링크만(34)씨와 경기도 평택 출신의 김인호(38)씨가 만나 가정을 이뤘다. 예나씨는 “주변에서 넷째를 가진 것을 알고 애국자라고 칭찬했는데 미국인지 한국인지 어떤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건지 헷갈렸다”며 “나는 그저 하나님 나라 애국자”라며 웃었다. 지난 14일 평택의 한 전원주택에서 만난 예나씨 부부는 세 자녀인 김태훈(6), 김태승(4), 김진아(2)와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 앞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피아노 그림책 블록놀이 세트가 놓인 집안에서 화목한 가정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2013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김씨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유학생 예나씨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예나씨 역시 김씨의 친근한 태도와 크리스천이라는 점에 호감을 가졌다. 그러나 김씨가 갑자기 필리핀으로 떠나면서 연락이 끊겼고, 2017년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김씨는 네 번째 데이트에서 프로포즈를 했고, 그해 봄에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필리핀에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정감리교회(한명준 목사)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가정을 세웠다. 이 교회는 김씨가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한 곳이며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린 장소다. 결혼 전에는 교회에서 결혼 상담을 받으며 신앙을 중심으로 가정을 든든히 세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예나씨는 “부부가 함께 기도로 하나님께 의지할 때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해결책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면서 “결혼 생활은 하나님께서 중심이 돼야 함을 배웠다”고 전했다.
부부는 서로 다른 문화와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신앙을 기반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덕분에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예나씨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사람을 존중하는 남편의 태도가 관계를 편안하게 만든다”며 “우리는 신앙 안에서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내는 신앙의 선배”라며 “사랑하는 아내가 성경 말씀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나도 닮아가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결혼을 준비하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교회에 다시 출석하고 신앙을 회복하게 됐다. 예나씨 역시 “가정 안에서 하나님 사랑의 참된 본질을 깨달았다”며 “남편의 인내심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성경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밝혔다.
부부는 홈스쿨링을 통해 자녀들에게 ‘하나님 중심의 가정 문화’를 전수하고 있다. 예나씨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일상에서 성경적 시각을 적용한 교육이 필요했다”면서 “홈스쿨링은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예나씨의 부모는 늦은 나이에 하나님을 믿고 딩크족에서 세 자녀의 부모가 됐다.
예나씨의 어머니는 “임신은 하나님께서만 허락하시는 일”이라며 “생명을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예나씨는 이러한 가치관을 자신의 삶에도 적용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의 주인이시라는 걸 인정하면, 내 몸과 내 자녀 또한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고, 자녀를 하나님 나라의 국민으로 키우는 것도 사명 중 하나라고 느껴요.”
예나씨는 특히 다자녀 가정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으로 여겼다. 그는 “자녀들이 많을수록 형제 간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아이들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랑과 웃음이 넘친다. 셋이 함께 놀면서 장난감이 많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오히려 편해지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육아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예배처럼 여기고 있다”면서 “때로는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육아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면 보물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 자녀를 키우며 다시 넷째를 임신한 것은 남편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이다. 예나씨는 “남편이 성경적 모델을 따르며 육아에 적극 참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업가인 김씨는 해외 출장이 잦지만 국내에 있을 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커가는 순간을 놓칠 수 없기에 그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집중적으로 놀아주려고 한다”며 “자녀들과 함께할 때마다 사랑과 나눔의 중요성을 전하며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서 실천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나씨는 “자녀들에게 하나님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신앙을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은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하나님 한 분으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의 역할도 강조했다. 예나씨는 “부모가 자녀와 신앙적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아이의 믿음을 파악하고, 신앙 교육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택=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