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주 매입보다 중요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 노력

입력 2024-11-18 01:10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년간 10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3조원의 자사주는 오늘부터 3개월간 사들여 소각하고 나머지는 활용 방안 등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며 주가를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2017년 9조원 매입 이후 7년 만이며 규모로는 2015년 11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다만 회삿돈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것은 단발성 처방이어서 삼성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33%나 급락했다. 미국의 엔비디아(+190%)나 대만의 TSMC(+74.5%)는 물론이고, 국내 SK하이닉스(+25.1%)에 비해서도 크게 부진하다. 삼성전자가 국민주 반열에 올라 소액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주가 수준은 턱없이 낮다. 주주들의 불만과 요구에 신속히 반응한 것은 다행스러우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2017년엔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 약 9개월 동안 주가가 50%가량 오른 전례가 있기에 이번 발표는 주주들의 기대감을 키울 만하다.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자사주 매입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133조원, 시총의 3%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소각했고 배당 외에도 주주 환원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어제 성명서에서 “최근 수년간 주주들의 대규모 투자손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능력을 감안할 경우 (자사주 매입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일종의 모르핀 효과와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 등 대내외 불투명성에 비춰 마냥 회삿돈을 주가 떠받치는 데 동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기초체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D램 반도체는 중국 기업에 추격당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는 경쟁업체들에 밀리는 게 삼성전자의 현실이다.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다. 경쟁사를 뛰어 넘을 파격적인 기술력 개발과 투자, 미래 시장 선점 노력이야말로 돈 들이지 않고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