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가 본격화하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 세를 키워가는 중국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리고 점유율을 방어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분야에서 한국산 패널 공급 비중은 13.9%에 그쳤다. 반면 중국산 패널 비중은 86.1%에 달했다. 지난 2020년 한국산 OLED 패널 점유율은 76.8%에 달했지만 3년 만에 1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 기업들은 오래전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주도권을 내준 뒤 기술 난도가 높은 OLED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뺏길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국적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을 보면 2018년 중국의 비중은 25%에 불과했지만 2023년 47.9%까지 올라 한국(33.4%)을 크게 역전했다.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디렉터는 지난달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OLED 시장 내 중국 패널·소재 업체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스마트폰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독점했지만, 조만간 관련 시장에서 중국 기업 비중이 50%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OLED 분야에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 등 미국 내 빅테크들이 중국산 패널 탑재를 재검토하고, 한국산 패널을 채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미국 하원의 ‘중국 공산당 전략 경쟁 특별위원회’는 미국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LCD 및 OLED 제조업체들을 제재 대상에 올릴 것을 요청했다. 서한에는 중국이 LCD 시장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저가 공세로 경쟁 기업을 몰아내고 있으며,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으로 업계를 지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내년에 선보일 보급형 아이폰 SE4 모델의 제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패널 공급 업체로 중국 기업을 선정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업체 변경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