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갖고 달아난 사기꾼을 잡으려다 아동센터를 시작하게 된 시골교회 목사가 있다. 서충자(70) 당진주님사랑순복음교회 목사가 주인공이다. 서 목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10년 넘게 충남 당진의 사랑지역아동센터를 꾸리게 된 사연을 꺼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서 목사는 15년 전 연고가 없는 당진으로 내려왔다. 그는 교회 건축을 위한 나대지를 찾던 중 560㎡(약 170평)의 공간을 얻게 됐다. 그에 더해 지인의 권유로 그 옆에 작게 붙어있던 79㎡(약 24평)의 부지를 빚으로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 서 목사는 교회 피아노 반주자도 구하고 있었다. 그는 “교회에서 조금 먼 지역의 여성 한 분이 피아노 반주자로 오셨다. 꽤 오랜 기간 반주자로 섬기기도 했다”며 “하루는 반주자가 내게 교회건축 이후 남은 돈을 빌려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회상했다.
돈을 빌려 간 반주자는 그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 연락이 닿지 않자 서 목사는 반주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돈 받으러 집에 갔더니 열 살짜리 아이가 혼자 라면을 먹고 있었다”며 “‘엄마는 집을 나간 지 오래됐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혼자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그는 그 길로 아이를 교회로 데려왔다. 서 목사는 “며칠간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돌봐줬다”며 “어느 순간 이 아이를 통해 이곳에서의 내 사명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라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당진시청에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지역아동센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손가정, 이혼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지역에 많은 터였다.
아동센터를 시작한 그는 꽃집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음에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아동센터를 그만두려 했다. 그가 센터 운영을 관두려고 할 때 한 아이가 ‘목사님께 버림받으면 세 번째 버림받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어온 사랑지역아동센터가 문을 연 지 13년째 됐다. 센터의 내년은 뜻깊은 해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던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는 해이기도 하며, 9명만 수용할 수 있던 공간을 내년에 확장키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서 목사가 강조하는 교육은 ‘질서와 대가’였다. 서 목사는 “센터에는 가정환경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온다. 장애 아동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질서와 존중의 태도를 강조하는 이유다. 하나님도 질서의 하나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노력과 대가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며 “아동센터가 아이들에게 사랑과 음식을 베푼 만큼 작은 일이라도 이웃 어르신,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힘쓸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사역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시간’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훈육하거나 소통한 뒤에는 아이들이 변화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