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사진)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있던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인의 공천을 언급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의원은 14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 공천 시기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들을 다 확인해 봤다”며 “어느 도당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읍소해 윤 대통령이 제게 특정 시장을 공천해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이 의원이 언급한 시장 공천은 포항시장 선거, 구청장 공천은 강서구청장 선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의 당시 분당갑 공천에도 관여한 정황도 거론했다. 이 의원은 SBS에 윤 대통령이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은혜 의원이 찾아와 안 의원을 분당갑에 보내지 않으면 경기지사 선거에서 질 것 같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안 의원의 분당갑 공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다만 “당대표와 대통령 당선자는 공천 상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천개입으로 곧장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궁금해 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궁금해 한다면 일체를 다 얘기할 생각”이라며 검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열어놨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간 통화 내용이 수사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명씨 카카오톡 대화 내역 분석에서 명씨가 본인 계정으로 녹음 파일을 보낸 기록을 확인했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자신에게 전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명씨와의 통화에서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내용은 17초 분량인데 실제 통화는 2분간 이어졌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씨에게 줬다는 돈봉투 성격도 조사 중이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교통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강혜경(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씨는 “명씨가 받은 돈 액수는 500만원”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날 정지은 창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했다. 명씨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검찰의 범죄 사실과 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칼이 제 칼이라고 해서 그게 제가 찌른 게 되느냐”고 답했다. 자신의 세비가 명씨에게 들어갔지만 공천 대가로 건넨 것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현수 김재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