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감정평가 예산 2배로… 고가 주택 상속세 더 걷는다

입력 2024-11-15 02:31
사진=뉴시스

A씨는 최근 부친에게서 서울 한남동 소재 단독주택을 상속받았다. 고급주택이 즐비한 한남동 단독주택인 만큼 만만찮은 상속세가 예상됐다. 해당 주택 인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단독주택은 올 1월 기준 공시가격이 285억7000만원으로 국내 최고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고가 단독주택은 거래가 거의 없어 주변에 비교 대상 물건이 없다. 때문에 상속세액을 계산할 때 감정평가를 거쳐 기준점을 산출한다. 다만 국세청이 감정평가에 쓸 예산이 거의 없다 보니 일반적으로 기준시가가 기준이다.

A씨는 해당 주택 기준시가(82억원)대로 신고했고, 국세청은 감정평가도 하지 못한 채 상속세를 부과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해당 주택은 감정평가를 했다면 142억원 정도는 시세가 나올 집”이라고 전했다. 한 세무사는 “이 정도 격차면 상속세 30억원은 더 부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초고가 아파트, 골프장·호텔·리조트 등의 거래 역시 감정평가 미실시로 인한 증여·상속세 혜택을 누리기 일쑤다. 정확한 가액을 확인하기 힘든 골동품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감정평가 예산 부족이 고가 자산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절세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은 이러한 ‘부자 징세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감정평가 예산을 대폭 늘렸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국세청의 감정평가 예산안은 올해 46억원에서 97억원으로 51억원(110.9%) 더 늘었다.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면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의 절세 사각지대는 그만큼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14일 “감정평가만 제대로 해도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1.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수 부족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