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야당이 벌이는 일련의 일들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세몰이이자 ‘재판부 압박’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중요한 선고를 앞뒀으면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일은 삼가는 게 상식적인 태도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서 보여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와는 영 딴판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했다. 김 여사 특검법 처리가 이번이 세 번째이고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는데도, 굳이 1심 선고 하루 전에 이를 또 일방 처리한 것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시선 분산용이자 거대야당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의 어제 회의는 재판부에 대한 압박이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를 촉구하며 “사법부가 정권의 사법 살인에 동조한다면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며 사법부도 검찰처럼 존재 의미가 부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00만명 무죄 촉구 서명을 사법부가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증거로 보나 법리로 보나 무죄가 분명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오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한 것도 ‘사법 압박’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당내 일부 조직은 버스비나 항공료 등을 지원할 테니 최대한 많이 참석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당은 선고 이튿날인 16일에도 광화문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집회를 연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이 대표 혐의와 관련해 ‘기소될 만한 것도 아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재판부를 향해 끊임없이 무죄를 촉구할 이유도, 법원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야당의 입법 독주나 상임위원회 파행 운영에 대해선 ‘입법부 권한으로 우리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왜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가. 거대야당의 재판부 압박은 자칫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또 재판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국론 분열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이 대표든, 검찰이든 선고에 불만이 있다면 향후 상급심에서 다투면 될 일이다. 민감한 재판일수록 ‘정치 재판’이 안 되도록 정치권이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