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주한 중국 대사, 한·중 관계 개선의 가교 역할 기대

입력 2024-11-15 01:10

4개월 넘게 공석이던 주한 중국대사에 다이빙(戴兵) 주유엔 중국대표부 부대사가 내정됐다고 한다. 다이 부대사 내정은 그간 ‘부국장급’이나 ‘국장급’ 인사로 대사를 파견해 온 관례를 따르면서도 이전 대사와는 조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중국이 지난 8일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한 것과 맞물려 그간 소원했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주중 대사를 ‘4강 대사’로 분류해 장차관급이나 대통령 측근을 파견했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을 보내며 외교적 중시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7월 이임한 전임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발언으로 물의를 빚곤 했지만, 중국 외교부 내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부임할 다이 부대사는 아프리카부 국장을 거친 인사로, 한반도통은 아니지만 다자 외교의 경험을 쌓아온 만큼 이전과 달리 대등한 외교 관계를 다지는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한다. 그의 역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중 외교 당국 차원에서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변화와 함께 향후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서 발전적인 상생 방안을 도출해나가길 바란다.

다이 부대사 부임은 시진핑 주석이 내년에 방한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 방한이 10년 만에 성사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가운데 트럼피즘 2.0 시대의 도래로 차원 높은 대중국 압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진 시기여서 한·중 간에도 새로운 차원의 관계 정립 모색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정부는 신임 대사를 외교소통 창구로 삼아 지역 안보와 경제 협력에 있어 양국의 실질적인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