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3만년, 개·인간이 나눈 무수한 감정

입력 2024-11-15 04:20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세기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매튜 아널드의 말이다. 이 말에서 시작해 강아지의 모든 순간을 시와 그림으로 노래한 시화집이 기획됐다.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초서, 신고전주의 대표 시인 알렉산더 포프, 낭만주의 대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 현대시인 딜런 토머스 등 대표적인 영미 시인 121명이 개를 주제로 쓴 시 162편을 묶었다. 폴 고갱,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이 그린 51점도 함께 엮었다.

인류가 개와 함께한 시간은 짧게는 1만4000년, 길게는 3만년으로 추정된다. 그 많은 시간은 개와 사람 간에 무수한 감정이 오고 갔다. 개와 사람과의 교감을 담은 ‘꼬리 흔드는 친구’, 개의 여러 가지 특성을 담은 ‘네발 달린 친구’, 개와의 이별을 다룬 ‘털북숭이 친구의 죽음’ 등 주제별로 나눴다. ‘좋은 개는 죽지 않는다’는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의 제목이다. 짧은 시간 함께하고 떠나갈지라도 기억만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