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에 소령 출신… ‘어른들의 축’ 사라진 트럼프 2기

입력 2024-11-14 00:21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에 지명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가 2017년 4월 백악관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에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동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인물이다. 군 고위 지휘관 경력이 없는 충성파가 국방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안보 사령탑에 배치되면서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를 견제했던 ‘어른들의 축’은 더 이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 주말 공동 진행자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지명하며 “피트가 지휘를 맡으면서 미국의 적들은 경고장을 받게 됐다. 우리 군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며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는 2012년 미네소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이후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토론자로 출연하며 방송인이 됐다. 2018년부터 폭스뉴스 진행자로서 트럼프를 측면에서 지원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헤그세스를 보훈장관 후보로 검토했었다.

예비역 소령인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속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쿠바에서 근무한 경험은 있지만 국방·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은 아니다.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예비역 대령으로 고위 지휘관 경력은 없다. 예비역 장군을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요직에 기용했던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장성 출신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안보 분야 전문가와 관료들은 국방장관 후보로 예상 밖 인물이 지명돼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헤그세스는 전통적인 국방장관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며 “그는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 동안 트럼프를 헌신적으로 지지했다. 김정은과의 교류를 옹호하고 해외 주둔 미군 철수 등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에 적극 동조했다”고 평가했다.

헤그세스는 병영 내 ‘워크’(Woke·미국판 깨어 있는 시민) 문화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는 군 표어를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문구”라고 비난했다. 국방 개혁과 관련해선 “합참의장을 포함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워크에 연루된 장군, 제독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현직 3~4성 장군의 리더십을 평가해 결격사유가 드러난 인사를 해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차기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차기 행정부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했다. 트럼프 1기 때 DNI 국장을 지낸 랫클리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수사를 지원하고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비판하는 등 트럼프에게 충성해온 인물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