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선배이자 스승이기도 한 기독교사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이 땅의 수험생들, ‘열아홉 인생’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교사들은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신뢰하며 자신의 형편에 맞는 가장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곰곰이 묵상할 것을 제안했다.
기독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 소속 교사들은 수능 하루 전인 13일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본부에서 기도회를 열고 수험생을 향한 응원과 권면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관하 영훈고 교사는 대학입시가 끝이 아니라 성인으로 가는 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붙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최 교사는 “마음의 흔들림 없이 오직 하나님을 신뢰하길 바란다. 하나님께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여러분의 앞길을 인도하실 분”이라고 전했다.
하나님을 붙드는 방법으로 매일 묵상의 시간, 큐티(QT)를 권했다. 그는 “소그룹으로 함께 신앙에 관해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더욱 좋다”면서 “힘든 때일수록 말씀을 서로 나눌 때 큰 힘을 얻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수 덕성여고 교사는 곧 성인이 되는 수험생들이 경제적 자유주의와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에 무분별하게 휩쓸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교사는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우리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도달할 수 없고, 도달해도 진짜 행복한지 알 수 없는 삶만을 동경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의 형편에 맞는 가장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좋은 삶은 다채롭다. 동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사는 삶, 삶을 관조하며 평화를 누리는 삶,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도 평화와 행복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우리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좋은 삶”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한국의 입시제도가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나친 경쟁 조장으로 인한 폐해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면서 조속한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한성준 인천관교중 교사는 “지난해 수능시험 때 한 학생이 시험 도중 과호흡이 와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면서 “학생들을 과호흡이 오는 시험으로 몰아넣고, 실려 간 병원에서까지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복음적이지도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경쟁교육, 그 경쟁교육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대학서열 체제와 상대평가 중심의 입시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구습이다. 학생들의 삶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입시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입시경쟁이 격화된다는 점을 감안,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승호 제주북초등학교 교사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소득불평등 지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 아울러 학력에 따른 기대수익 격차도 상당히 높다”면서 “이런 나라일수록 학생들의 입시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변화와 함께 소득불평등 지수를 낮추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