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진용이 속속 채워지고 있다. 한국으로선 특히 외교안보 및 경제 라인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슈퍼 매파’ 인사들이 다수인 게 우려스럽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국무장관으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발탁을 고려하고 있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엔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둘 모두 대중·대북 강경론자다. 루비오는 중국 견제를 위한 초당파 모임의 의장을 지냈을 정도로 반중 정책 수립에 앞장서 왔고, 왈츠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또 “김정은은 미치광이”(루비오) “모든 대북 군사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왈츠)는 발언도 해 왔다. 다만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는 대북 협상론은 옹호하지만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해 우리 안보 측면에서 강온 양면을 다 갖고 있다.
경제 라인도 트럼프 1기 때 미 무역대표부(USTR)를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에게 무역 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자다. 다른 내각 진용도 ‘미국 우선주의’에 투철한 이들의 임명이 예상된다.
대중 강경론자가 다수 기용되면서 대중 투자 및 기술규제 강화, 관세 인상 등이 뒤따를 개연성이 높다. 게다가 초강경파들이어서 정책 변화 속도나 폭 역시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정부가 글로벌 경제에 불어닥칠지 모를 ‘퍼펙트 스톰’까지도 염두에 두고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 전초전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1기 때 우리가 동맹임에도 무역적자만 내세워 각종 협상에서 양보를 요구했던 것처럼 한국에 대한 직접적 공세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 대북 정책이 강경론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것도 과제다. 2기 외교의 우선순위가 대북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북한은 관심을 끌려고 ‘벼랑끝 전술’을 동원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 ‘괌 포위 사격’ 같은 위협이 가해져 강경론자들을 자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실제 왈츠는 괌 위협 때 선제타격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일이 진짜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미국 새 안보 라인과 어느 때보다 긴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또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해 역내 사안에 대한 공동대응 및 외교의 공간을 넓혀 놓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가 톱다운 외교를 선호하는 만큼 정상 간 신뢰를 두텁게 쌓는 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