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 석교교회(이현식 목사)에선 특별한 예식이 열렸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50대 중반의 성도 A씨를 위한 추모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남편 없이 중학생 아들, 남동생과 살았던 A씨는 암으로 투병하다 생을 마감했다.
매주 금요일 모여 중보기도를 했던 성도들은 고인이 된 A씨를 그리워했고, 전통적인 추모예배와는 다른 방식의 의례를 준비했다. 교회는 고인의 사진과 생전 음성 등을 들으며 추억하고, 고인에게 편지를 쓰며 추모했다.
이현식 목사는 “죽음과 애도는 목회자와 성도가 늘 마주하는 현실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은 미흡하다”며 “유족을 책임 있게 사랑하려면 죽음과 애도에 대한 공부는 피할 수 없다. 관련된 지식을 함양해 상실을 경험하는 성도를 잘 목양하고 그들의 삶을 온전하게 회복시키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애도목회포럼-목회돌봄과 좋은애도’에서 소개됐다.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이사장 박장규 목사)가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는 ‘한국교회에 바른 애도문화를 보급하자’는 취지로 죽음 사별 애도 장례 등과 관련된 연구 사례와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사별을 경험한 성도에게 접근하는 방법과 바람직한 애도 목회 방향을 위한 토론이 이뤄졌다. ‘좋은 애도, 피해야 할 말, 바람직한 말’을 주제로 강연한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장인 윤득형 박사는 “사별을 경험한 이들은 저마다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다”며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 새로운 삶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섣부른 위로는 금물
하지만 윤 박사는 목회자가 가족을 잃은 성도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넬 때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 되려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의 의미는 반드시 자기 자신이 의미를 부여할 때 의미가 있다”면서 “주변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면서 억지로 사별자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사별자에게 건네면 안 되는 애도의 말도 소개했다. 윤 박사는 한국사회의 잘못된 위로의 말로 “천국에서 잘 있을 거야” “울면 고인이 좋은데 못가” “울지 마라” “울어라”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 등을 언급했다. 애도의 당사자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표현이 될 수 있는 말들이다.
윤 박사는 “상실 후, 처음 며칠은 충격으로 인해 무감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기에 (사별자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슬퍼하는 사람의 감정을 자신의 잣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애도 목회의 핵심은
슬픔의 당사자가 맞닥뜨려야 하는 애도에도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윌리엄 워든의 ‘애도의 과업 이론(4단계)’에 따르면 우선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어 사별에서 오는 슬픔을 회피하기보다는 고통을 겪으며 애도하는 것이다. 고인을 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며, 마지막으로 고인을 향한 감정을 재배치한 후 현재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목회적 돌봄 차원에서는 단순히 신앙적인 의미 제시보다 영적인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또 신앙공동체가 회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제안도 나왔다. 슬픔을 줄이려면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힘이 되기 때문이다.
윤 박사는 “상담자의 과업은 유족들이 고인을 마음속에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언제든지 추억하고 싶을 때 기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애도 목회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