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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시가 있는 휴일] 날파리의 노래
입력
2024-11-15 04:19
오늘 아침 눈 뜨니
나는야 쓰레기통
바나나 껍질에서 태어난
나는야 즐거운 날파리
이리 날아도 저리 날아도
먹을 게 끊이지 않아
여름은 내 아침점심저녁
여름은 내 생일
여름은 내 무덤
여름의 마지막 해가 지면
내 날개도 함께 지겠지만
난 두렵지 않아
왜냐면 왜냐면
여름 첫 해가 찾아오면
새 날개를 달고 찾아오면
되니까 그러면 되니까
-최재원 시집 ‘백합의 지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