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반대” 동덕여대 학생들 점거 시위·수업거부

입력 2024-11-12 18:49 수정 2024-11-13 11:48
동덕여대 학생들이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학 전환 논의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본관 앞에 학과 점퍼를 갖다 놨다. 뉴시스

동덕여대 학생들이 대학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 측은 공학 전환을 확정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본관 등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곳곳에는 빨간 스프레이로 ‘공학 전환 결사반대’ ‘여성 교육 지켜내’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관 앞에는 학생들이 항의 표시로 벗어놓은 학과 점퍼 수백 벌이 놓여 있었다.

본관 앞에 세워진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도 계란과 밀가루 등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정문 앞에는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쓰인 근조화환 수십 개가 놓였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총력대응위원회 학생들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수업 거부와 본관 점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학 측에 공학 전환 전면 철회와 총장직선제 추진 등을 요구했다. 오후에는 500여명의 학생들이 캠퍼스를 행진하며 “대학본부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 의견을 수렴하라”고 외쳤다.

대학 측은 남녀공학 전환이 확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덕여대에 따르면 지난 9월 대학비전혁신추진단(추진단) 회의에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발전방안 검토 필요성이 거론됐다. 지난 5일 추진단 회의에서 두 단과대의 발전방안 중 하나로 남녀공학 전환 안건이 논의됐다. 대학 측은 이와 관련해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치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 반발은 커지고 있다. 총력대응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몰래 정책을 추진하다 방학 때 갑작스럽게 공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몇몇 교수는 학생들에게 ‘남녀공학 추진은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학 전환은 ‘여성 전문인을 육성한다’는 창학정신과 교육이념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한 재학생은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대가 사라지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여대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학내 강의와 각종 일정은 ‘올스톱’됐다. 동덕여대는 김명애 총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공학 전환은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필요한 절차”라며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교직원들은 지난 11일 오후 7시쯤 학생 시위와 관련해 소음과 재물손괴 등을 이유로 서울 종암경찰서에 신고했다. 그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관이 학생들에게 “여러분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애기 낳고 육아하실 텐데”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더 키웠다. 종암서 관계자는 “학생 일부가 소화기로 문을 때리는 등 위협을 가해 자제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덕여대 학생을 상대로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윤예솔 기자 1jun@kmib.co.kr